시대를 고뇌했던 행동하는 양심, 그 생애의 기록
DJ는 노벨상 수상이자 한 시대를 대표하는 한국 현대사의 지도자로서 그의 자서전이 나온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일제치하이던 1920년대부터 좌우이념대립이 극심했던 해방공간을 거쳐, 민족 최대의 비극인 한국전쟁, 군부독재와 민주화투쟁, 5·18과 6월 항쟁, 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주요 고비를 온몸으로 건너왔던 DJ의 삶과 투쟁을 『김대중 자서전』을 통해서 만나본다.
자서전에는 평생을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노력한 그의 삶과 철학, 아울러 대한민국이 세계사의 주역으로 나아가기 위해 남겨진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향도 제시해주고 있다.
DJ가 옥중에서, 망명지에서, 연금된 자택에서 구상한 여러 정책과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 그리고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퇴임 후 서거 직전까지 그동안 구상한 대한민국 정책 실현의 과정과 결과를 이 자서전에 고스란히 담았다.
DJ의 굴곡진 삶을 통해 20세기 한국 현대사를 되짚어 보고 21세기를 살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야사(野史)처럼, 또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서전은 참회록과는 달리 자신의 인생역정을 기술한 자기를 널리 알리는 글이다. 그래서 자신의 내보이고 싶은 것만 서술하고, 있었던 사실을 과장하기도 하며 이를 미화시키기도 한다. 자서전에서 엄격한 객관성을 기대하기란 무리다.
DJ뿐만 아니라 국가사회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한 지도자들은 자랑 일변도의 자서전보다는 참회록을 남겨 후대 사람들이 본보기로 삼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다. 역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점(觀點 )에서 보자면『김대중 자서전』에는 아픔 속에서도 교훈을 얻어 역사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아온 국민에 대한 깊은 애정과 믿음이 서려 있다.
일평생 민주주의와 조국 통일을 위해 몸 바쳐 일한 DJ가 생애 마지막 자서전을 통해 남기고 간 말들은 현 정권과 국민에게 앞으로의 삶과 행동에 어떤 의미로 다가가게 될까.
“여러분께 간곡히 피맺힌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독재 정권이 과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그분들의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을 다해야합니다........ 저는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려면 양심을 지키십시오. 진정 평화롭고 정의롭게 사는 나라가 되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입니다” -『김대중 자서전』2권에서
한편 『김대중 자서전』은 일본 이와나미 출판사의 출간 제의에 따라 현재 일본어로 번역중이며, 관심을 갖고 있는 미국·중국·독일의 출판사들과도 번역 및 출판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