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각할 수 있는 휴머니스트 기자 될 것

어릴 때 꿈꿔온 허무맹랑한 꿈들을 차치(且置)하자면 나의 첫 장래희망은 기자였다. 사람들은 기자에 대해 차갑고 건조한 말투로 사실만을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그러나 난 그런 편견을 깨고 싶었다.

무슨 일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매길 수 없는 사람의 가치를 가슴에 품은 채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게 나의 목표였고 꿈꾸는 기자상(像) 역시 같았다. ‘휴머니즘’이라는 단어를 기초로 사람 냄새나는 기자를 꿈꿨다. 그렇게 한 길만 보고 달려온 난 동대신문사를 통해 기자라는 직함을 갖게 되었고 사람다운 기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기자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 학기동안 경험해온 기자생활은 열정만으론 덤빌 수 없었다. 취재를 다닐 때는 긴장해서 버벅댔고 취재 보고를 할 땐 중요한 사실들을 빼먹어 꾸중 들었다. 사람다운 기자라는 목표는 허울뿐이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초도구도 갖지 못한 채 무작정 꿈과 이상만을 내세웠던 것이다.

유려한 문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자를 꿈꿨으나 그런 나는 없었다. 수습기자 최익래는 서울의 밤하늘처럼 별 볼 일 없었다. 연발하는 실수엔 선배들의 위로도 소용이 없었다. 내가 기자라는 목표를 설정했던 것이 잘한 것일까 하는 의문까지 날 괴롭혔다. 그러던 중 난 선배들의 탈수습기를 보고 놓치고 있던 사실을 상기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민들은 모든 선배들 역시 겪었던 성장통인 셈이었다. 선배들 또한 처음엔 힘들었지만 그런 성장통을 충분히 겪었기에 기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자각한 난 특유의 낙천성으로 다시 한 번 어려움에 도전했다.

기자 생활은 마치 블랙홀 같아서 한 걸음 내딛을수록 점점 나락에 빠져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블랙홀 속에서 내 일을 찾고 역할에 충실하게 그리고 사람 냄새나게 기자 생활을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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