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학기 동국대 문창과 대학원에서 라는 수업을 선생으로서 진행하고 있다. 이 수업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글쓰기와 여타 예술에 미치는 영향과 그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다룬다. 이 기계를 이용해 글을 쓴다는 일의 의미를 탐구하고, 기존의 글쓰기와 다른 미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목표다. 누구도 현재로서는 생성 인공지능의 쓸모를 특정할 수 없기에 예술가만의 새로운 사용법을 먼저 제안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수업은 무엇인가 가르치기보다는 다 같이 실험하는 일로 가득 차 있다.챗GPT는 대표적
한반도 이해관계자들은 대체로 북한을 다면적으로 파악하기를 포기했다. 북한과 평화 관련 문제는 ‘정치적 신념’의 영역에서 다뤄져 양자택일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종용한다. 분단은 우리 삶에 여전히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한반도 문제를 이미 종결된 것 내지는 무관심해도 자신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분단 상황은 체제로 고착돼 우리의 의사 결정 과정과 긴밀히 작용한다. 분단 상황과 북한의 언행을 이해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기 위해, 우리는 북한이 형성된 과정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지 않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감소에 직면하고 있다. 2020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고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비수도권보다 수도권이 적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베이비붐세대의 고령층 진입으로 나타난 상황이라 할 수 있으며, 인구 데드크로스 발생으로 생산연령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에 2023년 전국 89개 지자체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지원을 위해 2022년 6월 10일 「인구감소지역 특별법」을 공포한 뒤 2023년 1월 1일부터 이를 시행했다. 「인구감소지역 특별법」 제1장 제1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으로 “북한이탈주민이 이웃이 되는 따뜻한 사회 구현”을 목표한다. 크게 세 개의 목표로 ①북한이탈주민을 포용하는 사회적 환경 조성 ②생산적 기여자로서 탈북민의 우리 사회 안정적 정착 ③통일 미래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구성원으로의 안착을 설정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사회에서 이웃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는 생산적 기여자로 역할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함께 통일 미래를 지향하는 남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따뜻한 사회 환경이 조성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 정책은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게오르그 루카치의 그 유명한 서두,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라는 문장이 암시하는 것 중 하나는, 소설이 ‘길 찾기’와 모종의 관련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문제는 더욱 심화되어 다른 틀로 형식화되는 것 같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포스트모던적 공간의 특징을 “인식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지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초월*”했다는 것으로 정식화했다. 즉 근대의 문제가 ‘내가 지금 있는 곳과 나의 관계를 잃었다’라는 것이라면, 포스트모던의 문제는
“챗GPT 시대에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최근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게 물었다. “인간은 챗GPT와 차별화되는 창의성과 융합적 사고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챗GPT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윤리적 사고를 갖추어 기술 사용의 영향과 결과를 고려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취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놀랍도록 합리적인 답변이다. 하지만 여기에 제시된 논점들에 대해 인간의 관점에서 보다 깊이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창의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챗G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국민으로서의 주권을 실현하며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선거권의 행사는 민주주의를 존속시켜주는 생명줄과도 같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근거로 작용한다. 최근 선거 이슈는 단연 ‘부동층 표심’이었다. 양극화돼 가고 있는 정당논리에 진절머리가 나버려 정당 신뢰도가 감소한 것도, 과거의 세대보다 정치적 이념의 색이 옅고 실리적인 측면을 추구하는 정치 트렌드 변화도 “부동층”이
지난 9월 유명 작곡가 겸 사업가인 돈스파이크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처럼 언젠가부터 마약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회면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마약 관련 언론보도를 분석해 보면 마약류 투약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밀수입되는 마약류도 증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수법으로 투약자에게 공급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결국 독자들의 구미에 당기는 뉴스가 대부분이고, 마약류 투약의 동기와 마약류 범죄의 해결 방안을 다룬 기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자랑스럽게 누렸지만, 1999년 전체 마약류 사범이 처
가족 신화 슈퍼맨이 돌아왔다, 살림하는 남자들, 미운 우리 새끼, 동상이몽, 호적 메이트, 결혼지옥 등. TV 리얼리티쇼에서도 가족 예능이 대세이다. “가족이니까”와 “가족이라도” 사이의 경계를 시험하듯 가족의 이름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현실을 쏟아내면서도 그런 다양성이 가족의 이름으로 포용되길 바라는 기대가 담긴다. 가족의 문제는 가족이 풀어야 하며 가족을 벗어날 대안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가족에 대해 절대적 믿음과 기대를 하는, 가족 신화라 부를법한 우리 사회의 가치와 태도는 ‘근대’ 시대의 산물이다. 출생 신분질서를 내세워
족보는 부계적 가족 질서의 가장 질기고도 강력한 상징이다. 하나의 기원에서 시작하는 족보는 뿌리처럼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넓게 퍼져간다. 마치 수면 아래로 내려앉는 그물처럼 넓게 퍼지는 가계도는 후대의 삶을 옥죄는 수직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부계혈족의 경로를 따라 내려오는 역사의 압력은 한국 문학에서 수없이 변주돼 왔다. ‘아버지 없는 세대’로 불린 이들이 만들고자 했던 새로운 계보였고, 때로는 전쟁과 학살의 은폐된 기억을 말할 수 있는 재현의 우회로였다. 그리고 오늘날 부계혈족의 수직적 가계도는 가부장제의 억압을 전복하는 여성 가
인류는 이제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경제 시대로 들어섰다. 그러던 중 2020년 지구를 덮친 팬데믹은 인류의 생명과 건강은 물론이고 경제를 타격했다. 10월 23일 기준 6억 3천만 명이 감염됐고 660만 명이 사망했다. 2022년 초 아시아 개발은행의 추산으로 코로나 사태는 글로벌 GDP의 5% 수준에 육박하는 4조 달러의 경제 피해를 주며 아직 진행 중이다. 천문학적 코로나 유동성 팬데믹으로 인한 서민과 소상공인의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각국은 각종 재난 지원금 명목으로 막대한 돈을 살포했다. 한국
‘여성도 군대 가라’는 말은 1994년도 즈음에 시작되었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가산점제 폐지를 판결하기 전부터 그 소리는 조금씩 퍼져갔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여성징병제 청원 글이 게시될 때는 사회적 상황이 꽤 달라져 있었다.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군대는 남성들의 공간이자 특권으로 여겨졌다면, 이제 남성들에게 역차별이자 억울함을 지시하는 전형적인 예가 되었다. 남성만의 병역의무제는 남성들이 차별을 받는 사례로서 소환되어 반복적으로 인용됐다. 군 복무는 자랑스러운 남성의 일이 아니라 ‘시간낭비
기업에 있어서 특허 포트폴리오는 가치 있는 투자이다. 광범위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것은 기업이 자신의 성과를 확대하는데 도움이 된다. 동시에, 자신의 주요한 지식자산을 보호하는 기초적인 방안이 된다. 모든 기술 기업들은 전략적 특허 포트폴리오의 목적이 무엇인지,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특허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시작점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개별 특허들을 특허 포트폴리오로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 무엇이 전략적 특허 포트폴리오의 목적이 되어야 할까? 전략적 특허 포트폴리오를 가져야 하는 목적은
기후변화가 다양한 요인에 의한 지구 평균 기온의 변화를 일컫는 용어라면, 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 이후 인위적인 온실가스의 증가로 인한 기온 상승을 가리킨다. 2000년대 이후 이러한 용어가 근 백여 년간 인간의 행위가 초래한 변화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지질학적 용어와 더불어 기후 위기(climate crisis)나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근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 전에 없던 규모의 산불과 자연재해의 증가, 기록
혐오 범죄를 타계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혐오 범죄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인종에서 성별 등에 이르기까지 특징을 향한 혐오가 사회에 만연하며, 그 동기는 행위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혐오 범죄 논의의 기폭제라고 할 수 있는 ‘강남역 살인사건’의 발생 이후, “특정 대상을 겨냥한 범죄 사례가 국내에 축적된 것은 없다”라는 당시 경찰청장의 발언은 이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혐오 범죄에 관한 우리나라의 논의 상황은 전환기에 있다. 혐오 표현이라는 사회 문제에 대해 그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우리나라의 반지하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불량 주거다. 지난 달 100년 만에 온 집중 호우로 인해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인 참변을 당한 일은 어찌 보면 예견된 비극이었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의 여파로 게릴라성 집중 호우는 점점 더 잦아지고 있음에도 우리의 대비가 부실했던 것이다. 심지어 영화에서까지 반지하 침수의 위험성을 경고했음에도 살고 있는 사람이나 방재 당국은 무심히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기후 변화와
한 달 전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시위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시위를 비문명적인 시위로 규정하며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해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 발언의 부당함과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장애인 단체와 많은 언론에서 제기하였기에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앞으로 여당이 될 공당 대표의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은 장애인을 함께 살아가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은 자국의 기술과 체제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인공위성 발사, 유인 우주선 임무, 달 탐사 등 우주 개발 경쟁을 진행했다. 상대국보다 먼저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 경쟁은 우주 산업 발달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북한은 미사일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장거리 로켓인 대포동 1호를 1998년에 처음으로 발사해 “우주 궤도에 인공위성이 진입하여 김일성, 김정일의 선전가를 방송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은 1998년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우주 발사체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 개념을 도입하여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의 가치 아래 정부 정책을 설계 및 시행하는 등 관련 기준을 사회적 의제로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젠더격차지수(Gender Gap Index: GGI)는 2021년 기준 세계 149개국 중 102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한국일보 2021.3.21.일자). 성차별 혹은 성폭력 문제는 오랜 시간 한국 사회의 인권 수준을 답보시키는 사회적 문제로 작용하여 왔다. 특히 최근 사회 안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멈춰 세웠던 일이 한없이 낯설고 기이하게만 여겨졌던 것처럼, 느닷없이 찾아온 일상으로의 회복 역시 어딘가 어색하고 잘 믿어지지 않는다. 다행이라 여기고 반겨야 함이 마땅하겠으나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영 기쁘게만 다가오진 않는다. 그토록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숱한 어둠과 죽음의 기억들조차 머지않아 곧 잊어버리게 될 거라는 걸, 심지어 재빨리 지워내고 싶어 하리라는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에 새겨진 이 생존에의 명령은 가혹하다. 그러나 그 가혹함 덕분에 우리는 번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