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란 대체로 유형·무형의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을 말한다. 즉 유형문화재란 건조물, 조각, 회화, 공예, 전적, 고문서 등 유형의 문화적 소산을 가리키며, 무형문화재란 음악, 무용, 연극, 공예기술 등이 이에 속한다. 그 밖의 기념물 또는 민속자료까지를 모두 포함하여 넓은 의미에서 문화재라고 말한다. 이들 가운데 특히, 동국대학교박물관의 주요 컬렉션인 불교문화재란 불교신앙을 바탕으로 하여 전개된 유·무형의 불교미술자산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이들은 불교신앙 대상으로서의 예술 활동 속에서 전개되었고, 그 발생 동기가 불교
북한 지도부는 1993년 말 3차 ‘7개년 계획’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1995년 8월 대홍수 이후에는 국제사회에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북한 경제를 연구하던 전문가들이나 대북정책을 다루던 관료와 정책자문관들은 대체로 두 가지 생각을 하였다. 하나는 북한 경제가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식량 지원을 요청했지만, 경제위기가 체제위기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일말의 희망조차도 버려야 했던 사람들과 북한의 붕괴를 기대하면서도 여전히 사
지난해 여름부터 불거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후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지난 5월 28일 해외공관에 통보했다고 우리 당보 당국이 밝혔다. 최근 북한 언론에서는 김정은 찬양가요 ‘발걸음(21세기 수령찬가)’과 관련된 보도를 잇달아 내보는 등 후계구축을 본격적으로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에서 3대 승계로 이어지는 후계구축은 많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김일성이 김정일을 후계로 지명한 1974년 2월은 북한의 경제사정이 좋은 편이
『인간실격』의 주인공은 ‘오바 요조(大庭葉藏)’라는 만화가로 설정되어 있다. 요조는 시골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봉건적인 집안의 압박에 주눅이 들어 어렸을 때부터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자신을 감추려 하는 방법(道化)을 터득하게 된다. 초등학교시절에는 자신이 부잣집에서 태어나서가 아니라 타고난 연기력 때문에 학교에서 인기도 얻게 되고, 나중에는 동경에 있는 고등학교에도 합격하는 수재이기도 하였다. 고등학교시절은 재력가인 아버지 덕분에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고 별장에 살면서, 경제적으로 부유했으며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활했다
『회상, 꿈 그리고 사상』은 스위스정신의학자 C.G.융(1876-1961)이 생의 마지막 시기에 완성한 자서전이다. 융의 저작은 삶의 경험이 많을수록, 혹은 정신현상에 대한 이해가 클수록, 읽을 때 더 풍성한 이해가 가능하다. 융의 저술이 모두 실제적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정신 현상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융은 한 개인의 삶을 무의식의 역사로 보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겪는 사건들은 모두 무의식에 있는 것이 외화되어 드러난 현상이며, 인격도 무의식의 의식적 실현에 의한 것이다. 융이 자서전에서 내적 체험만을 다루고자 하는
북한 사회는 주로 ‘전체주의’ 시각에서 본 사회통제이론으로 파악하였다. 북한 사람들은 당-군-국가의 영역에서 당과 외곽단체, 인민반, 예비병력 등으로 각종 조직에 대부분 속해 있다. 인민이 일상적인 통제를 경험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이다. 이것은 북한의 사회 통합력이 당-국가체제에 기반을 둔 권력의 조직적 통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일상에 대한 조직적 통제는 사상적 통제와 법적·물리적 통제를 원활하게 한다. 특히 이것은 배급제나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의 물질적 통제에 의해 정당화된다. 당-국가 기반 조직
북한 문예이론의 역사적 변천을 규명하려면 북한에서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변화를 파악해야 한다. 즉 문예의 본질적 성격과 기능에 대한 변형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1967년 주체사상의 확립을 앞뒤로 해서 ‘문학’ 일반 중심의 마르크스-레닌주의 문학이론이 ‘사회주의 문학예술’ 중심의 주체 문예이론으로 바뀌었다. ‘문학’에서 ‘문학예술’로, 문학 ‘일반’에서 ‘사회주의’ 문학으로 대상이 바뀐 만큼,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존재적· 인식적 측면에서 가치 지향적·실천적 과제로 변모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
“그를 사랑한다면 뉴욕에 보내라, 왜냐하면 그곳은 천당이다. 그를 미워한다면 뉴욕에 보내라, 왜냐하면 그곳은 지옥이다."차오꾸이린(曹桂林)(순중 역)의 대표작『뉴욕의 북경인(北京人在紐約)』에 나오는 글이다. 이 책은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90년대 중국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작품으로 중국 젊은이들이 미국에서 유학하고 사업을 일으키기까지의 힘겨운 역정을 보여주고 있다. 2004년, 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 대조언어학에 관련된 논문 작성을 위해 한·중 두 가지 언어로 된 책을 주의 깊게 봐야 했던 시절 읽었던 작품이다. 그 후
1990년대 중반 록그룹 너바나(Nirvana)의 리드싱어 커트 코베인(Kurt D. Cobain)의 자살은 충격이었다. 당시 필자에게 그의 죽음은 일종의 비극적인 역사철학을 확인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은 약물중독으로 말미암은 권총자살이었지만, 그의 음악적 이상은 단지 병리적 해석으로 묻힐 수 없었다. 20대 중반도 못 채운 이 젊은이의 생애를 치밀하게 추적 기록한 찰스 크로스(Charles R. Cross)의 평전은 이를 잘 보여준다. 코베인은 언더그라운드에서 부상하여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록의 진
20세기 한국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일제강점에 따른 식민지배와 거기서 말미암은 분단이다. 이 역사적 규정력 안에서 움직여 온 것이 우리네 삶이다. 산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서울 남산은 이 두 가지를 응축한 고도의 상징적 공간이다. 남산 북쪽 기슭은 한반도를 강점한 일제 식민통치가 시작된 경술국치 ‘합방조약’이 체결된 곳이자 분단체제 아래 형성된 냉전독재권력의 실질적 권부이자 감시기구인 중앙정보부가 자리 잡고 있던 ‘남산’이었다. 우연이겠지만 중정은 통감관저를 만드느라 깎아낸 터 바로 위에서 시작되었다. 지번이 같은 셈이다
붕괴 직전에 이른 자본주의의 출구는 무엇인가(정치적 생태주의와 같은)‘성장’에서의 해방이 진정한 해방의 원천 2007년 9월22일 프랑스의 언론인이자 철학자였던 앙드레 고르가 자택에서 투병 중이던 아내와 동반 자살했다. 앙드레 고르가 아내의 불치병을 간호하기 위해 세상을 등진 지 20년 만의 처음이자 마지막 소식이었다. 이에 프랑스 대통령은 추모 성명을 발표하고,“평생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심층 분석한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라고 앙드레 고르를 기억했다. 평범한 노부부의 죽음이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앙드레 고르는 60년
의 과학성은 어떻게 담보되는가 최근 유네스코에 이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의학서적으로는 세계 최초라는 명예도 얻었다. 그러나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의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반응은 너무도 상이하게 벌어졌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한쪽에서는 우리 민족의 경사로 반겼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신에 불과한 것, 그것도 과거의 일일 뿐이라고 폄하하였다. 이번 등재를 반기는 쪽에서도 한편에서는 을 과학화하자고 하였고 한편에서는 에서 한 치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왜 이런 일이 벌
유일한 승자만 남겨놓은 북한의 치열한 권력 투쟁사 사회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싶어 하는 이들이라면 우선 ‘권력’을 손에 쥐어야만 한다. 막스 베버(Max Weber)가 잘 정의했듯이 권력은 “어느 사회적 관계 내에서 자기 자신의 의지를 저항에 거슬러서도 관철할 수 있는 온갖 가망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회 안에 ‘원하는 방향’, 곧 바람직한 정치구조, 경제구조, 이데올로기지형에 대한 생각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이 존재할 때 권력투쟁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사회구성원 모두의 생각이 일치하는 사회는 존재할 수 없으므
역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앞서 살았던 수많은 사람이 남긴 자료 속에서 흔적을 찾고 그것들을 정성스레 맞추어 시대상과 정신을 잡아낸다. 쓰는 사람이나 남아있는 사료 모두 어떤 종류의 편견을 담고 있기 마련이지만 가능하면 드러난 흔적 아래 숨겨진 진실을 밝히려고 애쓴다. 이런 역사학자들을 가장 고민하게 하는 사료 중 하나가 자서전이다. 어떤 일이든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있었던 당사자의 기록을 믿어야만 하겠지만, 사람의 기억은 생각보다 허술하고 쉽게 합리화에 동원된다. 사람 사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믿는 편이라 점잖은 자서전에 꾸
남북한은 수천 년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함께 공유하여 왔다. 그러나 지난 60여 년간의 분단으로 인해 남북한은 역사인식에서도 많은 차이를 갖기 시작했다. 우리와 다른 북한의 역사인식은 어떻게 형성되고 전개되어 왔을까? 북한 역사인식 성립의 배경 1948년 한반도에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두 개의 분단국가의 수립은 역사학과 역사인식에서도 분열의 조짐을 예고하였다.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국가성립을 목표로 한 한국과 소련의 영향 하에 사회주의국가수립을 목표로 한 북한은 역사관의 형성과정과 그 지향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군주론』의 전체 주제는 어떻게 권력을 획득하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맞추어져 있다.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비르투(virtù)이다. 그런데 정치공동체에는 군주 혼자만 사는 것이 아니라 인민과 귀족들이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며 사는 곳이다. 다시 말해『군주론』의 주요 등장인물은 군주 일인이 아니라, 인민, 귀족 그리고 군주이다. 이들의 관계가 곧 권력관계이고, 그 권력관계를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정치적 역량(virtù)이다. 그런데 귀족은 수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기에 지배하려 들고, 인민들을 수탈하려 한다.
1979년, 10‧26 사태가 나기 얼마 전이었다. 나는 세종문화회관 분수대 골목에 있던 한 조그만 책방을 찾아갔다. 게오르그 루카치(G. Lukács)의 『소설의 이론』 영역판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는 조금이라도 진보적 색깔이 있는 책은 거의 모두가 소위 ‘금서’인 시절이었는데, 유독 이 서점에 가면 웬만한 금서는 다 구할 수 있었다. 우리 친구들은 이 책방을 이름 하여 “금서총판”이라 불렀다. 당시 대학 2학년의 청춘이었던 나는 이 서점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는데, 신기한 것은 이 서점의 주인이 자주 바뀐다는 것이었다. 그랬다
저녁 6시. 기계적으로 시계를 바라본다. 하루의 일과가 끝났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잠시 닫힌 유리창 너머를 바라본다. 그것은 태양이다. 구름이다. 노을이다. 차에서 내려, 높이 솟은 건물을 무심히 올려본다. 벌집마냥 밀집된 공간으로 몸을 쑤셔 넣는다. 문 앞 복도에 이르러 잠시 한숨을 들인다. 그리고는 눈을 감은 채 짧은 몽상에 잠긴다. 벽을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이웃집 여자와 사랑을 나누리라. 천상의 은빛 고리. 모든 이들이 찬탄해마지 않던 신적인 경건함과 세속적인 정의로움. 가끔은 그 화려한 광채와 머리 위를 짓누르
“이런 부조리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지를 보라.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농부들, 지주가 밀을 먹을 때 정작 자신은 짚을 씹는 농부들, 우리 자신이 그런 사람들이다. 넝마를 입고 비단과 벨벳을 짜는 노동자들, 우리가 바로 다중(multitude)이다. 공장의 소음이 순간 멈출 때, 우리는 성난 바다처럼 거리와 광장으로 뛰쳐나가리라. … 매일매일 고통을 겪고 분노하는 우리 모두가 다중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에워싸고 삼킬 수 있는 바다이다. 우리가 그럴 뜻만 품는다면, 정의를 이룰 순간은 오고야 만다.” 위의 글은 러시아
저자 케네스 리치(Kenneth Leech)가 이 책을 쓰던 시기는 영국에서는 보수당의 마가렛 대처가 수상으로 집권하고, 미국에서는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 집권하던 때이다. 이 시기 복지는 후퇴하고,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등 보수화의 물결이 영국과 미국을 휩쓸었다. 이 책이 출판되던 시점으로부터 30년이 지난 2009년 한국의 상황은 지난 10년간의 상대적으로 진보적이었던 정권들에 의해 이루어진 민주주의의 성과들이 하나 둘씩 허물어지고, 보수화의 역풍이 시장과 사회에 거세게 불어오고 있다. 보수적이고 편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