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의 등장과 매체의 발달로 우리의 삶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매체인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작년 초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발생하면서, 디지털에 의존하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계는 공연장과 전시장이 휴관을 하거나 인원 제한을 통한 사전 예약제 관람만 가능한 실정이다. 이러한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문화예술계는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등으로 상황을 극복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시도들은 새로운 예술 향유 방식으로 정착될 것
오늘날 한국문학계에서 문학사(文學史)는 케케묵은 방법이자 반성과 해체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한국문학 연구에서 문학사란,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로 대표되는, 문학사에 대한 의존과 탈주 사이의 주제론적 난반사의 향연이 된 지 오래다. 이는 딱히 부정적이거나 애석해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문학사’ 대한 한국문학계의 도전은 그 자체로 ‘민족문학사’ 수립을 합리화했던 사회적·정치적 내러티브와 에피스테메가 점차 타당성을 상실하는 방향에 대한 고민과 응전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천팡밍(陳芳明)의 『타이완신문학사』는 ‘민족문학사’라는
인식 개선 말고 인식 전환 장애학(disability studies)은 한국 사회에서 아직까지 다소 낯선 학문이다. 2019년 말 출간된『장애학의 도전』(오월의봄)은 1부에서 장애학의 기본적인 내용들을 풀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손상은 손상일 뿐이다.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손상은 장애가 된다’는 명제로 요약될 수 있다.장애란 무언가 ‘할 수 없음’(disability)의 상태를 의미한다. 다리에 손상이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버스를 탈수 없음’이라는 장애를 경험하고, 청각에 손상이 있는 농인은 ‘의사소통할 수 없음
하나 고백하자면 작년 여름 비가 많이 내리던 날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 앞에 정차하고 있던 차를 살짝 박은 적이 있다. 다행히 내 자동차 보험료만 살짝 올라갔을 뿐 사람도 자동차도 다치지 않고 사고가 잘 마무리되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그 누구도 작년 내가 이런 가벼운 접촉 사고를 낸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을 것이다. 뉴스에서는 이런 사소한 교통사고까지 보도할리가 없을테니까. 하지만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달랐다. 이제 갓 도로에 자동차가 굴러다니기 시작했던 당시 도로에서 자동차가 가로등에 부딪히는 작은
성폭행 혐의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해서 학교의 징계 처분까지 취소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의 증명책임 정도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는 A씨가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를 상대로 낸 정학 처분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지난 4월 5일 밝혔다. 서울대 대학원생인 A씨는 2018년 6월 술에 취한 후배 B씨를 모텔로 데려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사건으로부터 약 일주일 뒤 B씨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A씨가 키
대학원생도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4월 26일,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유아교육법 개정안·평생교육법 개정안·학교보건법 개정안 등 총 4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코로나 여파로 학자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의무상환 학자금 체납률이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업을 마치고 소득으로 인한 상환 시기가 오더라도 학자금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대학생
동국대학원신문사(이하 신문사)가 동국대학교 대학원생 120명을 대상으로 기초학술사업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본 설문조사는 학술관 지하 1층과 3층, 문화관 1층, 혜화관 3층 복도에서 이루어졌으며 4월 9일부터 23일까지 2주간 진행됐다. 질문은 총 2개 항목으로, ‘기초학술사업,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와 ‘기초학술사업, 얼마나 만족하시나요?’로 구성됐다. ‘기초학술사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는 대답이 9명(7.5%), 대략 알고 있다는 대답이 5명(4.1%), 모른다는 대답이 106명(88.
지난 4월, 연구실 환경 개선 및 공사와 관련한 몇 차례의 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와 학술관 연구실을 관리하고 있는 방장 등이 참여했다. 연구실 환경 개선 공사 안건은 약 3년 전에도 언급된 적이 있으나, 각 학과 대표자와 방장들의 반대로 무산된 사업이다. 다시금 논의된 안건에 대해 일체의 연구 환경 조사나 의견 수렴 없이 제도 개편을 강행한다는 점에서 원우들은 문제를 제기했다. 더불어 학술관 3층에 있는 세미나실 378호에 관련된 불만의 목소리도 몇 차례 신문사에 제보된 바가 있다. 원우들이
어쩐지 빨갛고 아득하더라니.미나의 울음소리 때문이었다. 문고리를 돌리면서 둥근 것을 손에 쥐는 감촉에 대해생각하느라 잠시 잊었지만. 집이 아니면 화장실에 갈 수 없다던 여자애가 종례 시간에 결국 주저앉을 때그때도 나는 미나를 생각했는데.둘둘 말린 이불 속에서 미나가 울고 있었다. 큰 소리를 내며 망가져 버리는 풍선처럼,저러다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신발을 벗는 것도 잊고 나는 미나를 달래야겠다. 서두르는데, 서두르다가, 너무 서두른 나머지서두르는 것에 실패한 채로방문 너머에서 경쾌한 음악이 흐르고 있다. 새로 산 게임 속에서, 그는
사회라는 개념은 늘 모호하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같은 사건 앞에서 우리는 사회가 어떻게 달라질까를 궁금해한다. 지금도 어떤 모습인지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서도 앞으로의 모습을 궁금해하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 관한 많은 담론은 그런 질문과 상상을 담고 있다. 다만 사회를 들여다보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는, 현실의 좌절과 두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여러 지표와 비대면, 온택트, 디지털, 혁신, 뉴노멀 등등 새로운 상상을 자극하는 미래지향적인 말 사이에서 섣불리 코로나 이후를 상상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사회는 결국 관
우울증 치료 후 복직을 앞둔 산드라는 느닷없이 해고를 통보받는다. 회사 동료들이 그의 복직과 보너스를 두고 후자를 선택한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작업반장으로부터 압력이 있었다는 제보 덕분에 월요일 아침 재투표 기회를 얻는다. 동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은 단 이틀뿐, 마음을 바꿔 산드라를 지지하는 동료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쪽의 반발도 거세다. 은 서사적 요소를 어느 정도 포기한 채 파편화된 에피소드를 그대로 나열한다. 새로운 사건을 바라면서 영화를 좇아가던 우리는 일순간 기대를 접는다. 그러나 이미 알고
나이 드시고 홀로 되신 후에 건강도 좋지 않으신 나의 어머니 때문에 늘 신경이 쓰인다. 활동적인 편이셨던 어머니가 작년부터는 허리의 통증 때문에 잘 걷지 못하셔서 외출하시거나 사회생활하시는 데 지장이 많다. 그러나 작년 초부터 밀어닥친 코로나19의 쓰나미는 내 어머니의 사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우리 모두의 삶에 심각한 한계를 강제하는 중이다. 일상적인 사회활동에 있어서 개개인의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고 산업 현장, 교육 현장, 의료시설, 다중오락시설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반적인 위축이 나타나는 것도 이제는 당연한 현
동국대 건학위원회(이하 건학위원회)가 출범함에 따라 지난 29일 건학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최고위원 및 상임위원 연석회의를 진행했다. 동국대 서울캠퍼스 본관 5층에 열린 회의에서 자승스님은 “오늘 출범하는 건학위원회는 종립학교 구성원의 자기반성과 새로운 다짐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불교중흥이 동국발전이자 동국발전이 곧 불교중흥이라는 생각으로 한국불교를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또한 건학위원회는 건학이념 구현을 위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관련 시설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국대는 민족과 인류사회 및 자연에 이르기까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7.50%(279만8788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9.18%(190만7336표)를 얻어 89만1452표 차이로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지난 7일 한국방송협회 산하 KEP(Korea Election Pool, 방송사공동예측조사원회)가 실시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와 30대 유권자 절반 이상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경우 박 후보 33.6%, 오 후보 55.6%로 조사됐다. 30대에
사진은 잊기 쉬운 것을 기록하여 기억하게 해주는 매체이다. 그것이 사진이 가지고 있는 본질이며 고유한 특성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진의 기록성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요즘 사진은 너무나 많은 것을 기록해 오히려 잊혀간다. 온라인 SNS 속 수많은 피드는 의미 없는 ‘좋아요’와 함께 스크롤 되고,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간다. 이런 빠른 이미지 소비의 시대 속에서 나는 이런 흐름과는 반대로 일상적인 곳에 있어 잊히기 쉬운 것들을 계속 바라보고 기록하려 한다. 방화동(傍花洞). 이름에 꽃이 들어간 곳에 살아서일까. 언젠가부터 나는 풀과 꽃
왜 어릴 적 영상이 여기 남아 있는 걸까. 노이즈가 많습니다. 찢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화면은 흐리고, 어린 나는 뒷목이 희고 모자를 썼습니다. 피아노 학원은 비디오 가게를 지나면 나옵니다. 골목에 떨어지는 빛을 따라 걷습니다. 나는 피아노를 배웁니다. 여섯 살 때부터 배웠습니다. 개가 짖습니다. 오선지가 찢어집니다. 학원에는 방이 여러 개 있습니다. 쇼팽 방, 모차르트 방, 드뷔시 방…… 방을 고를 수는 없습니다. 방은 선생님이 정해줍니다. 오늘은 쇼팽 방이 비었습니다. 나는 드뷔시 방을, 왼손 아래 고장 난 건반들을 좋아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있었던 건물이 사라지고, 또 그 자리에는 빠르게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다. 많은 것들이 쉽게 바뀌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것들이 있다. 마포구 아현동, 애오개역 1번 출구로 나와 골목 사이로 들어가면 눈에 띄는 노란 외벽의 건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높게 솟은 낡은 굴뚝만 봐도 오래된 건물임을 알 수 있다. 1958년부터 지금까지 60년 넘게 자리하고 있는 곳, ‘예술로 목욕합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운영 중인 ‘행화탕’이다. 행화탕은 고급 사우나의 등장과 아현동 일대의 재개발이 추진되면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봐. 그리고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데,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김보라 감독의 영화 속 영지 선생님의 대사를 이따금 곱씹는다.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적어도 하나는 있다는 것. 고작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일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영지 선생님 말처럼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고작이라고 치부될 만한 일에도 애쓰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왼쪽 엄지부터 오른쪽 엄지까지 차례대로, 손가락 하나씩 동그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