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남용되고 있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석학’이 아닐까 한다. ‘석학’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은 대체로 ‘세계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여하튼, ‘세계적 석학’이라는 말은 한국에서 특정한 의미를 가진 용어이면서 동시에 일종의 통행증 같은 것이다. 어떤 행사를 치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이런 ‘세계적 석학’이다. 이 필수요소가 끼어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많은 차이가 난다. 지난 달 서울에서 있었던 공산주의 이념 컨퍼런스도 이런 ‘관행’의 되풀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거액을 들여서 ‘세계적 석학’을 불러다가
마조도일은 중국 실정에 맞게 선을 발전시켜 선종의 흥성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마조선은 신(信)과 심(心)을 핵심으로 하며 교학적 바탕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선사상과 수행, 교학에 대한 인용과 의미, 마조선의 영향과 비판 등 세 가지로 나누어 정리해 보았다. 첫째, 마조 선사상의 중심은 신(信)과 심(心)이며 현실 생활 속에서 실현하는 것이다. 우선 신(信)은 마조에게 중국 선종의 정통성을 확정해 주었다. 마조는 달마의 의 구성과 내용을 본받아 선의 본질을 밝혔다. ‘자심시불(自心是佛)’에 대한 신(信)을
‘조선시대 공공성의 구조변동’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심포지움이 지난 1일 본교 초허당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조선시대공공성의 구조변동연구단’(연구책임자 황태연 정치외교학과 교수)이 개최하였고,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후원하였다. 금번 학술대회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조선시대의 공공성 개념을 발견하는 획기적인 연구로서 주로 서구의 정치철학이나 사상으로만 내용을 한정지어 왔던 공공성의 개념을 조선시대로 확장하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목을 끄는 방대한 학술주제인 만큼 발표와 토론을 위해 참가한 패널들 또한 정치학, 사학
커뮤니케이션연구소(소장 이호규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10월 15일 작은 세미나를 개최해 대학원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기존의 세미나는 학술 논문을 작성하고 발표하는 공식적인 자리이였지만 이번에 진행된 작은 세미나는 대학원생들이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한 아이디어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발표하고 참석자들로부터 조언을 받는 자리로 기획됐다. 그 첫 번째 자리로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이호규 소장이 ‘북한의 휴대폰과 쟈스민 혁명’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무곤 언론정보대학원장을 비롯해 장하용, 강재원, 정용국,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 하자고.” 책을 다 읽고 마지막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너무 짧은 책이라 한 나절 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책장을 덮고 표지를 물끄러미 내려 봤다. 『D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 밑으로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는 연인의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이 있었다. 부드럽게 웃고 있는 그들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렸고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이 책은 편지 형식으로 씌어졌다. 정확하게
현실세계에서 패퇴한 좌파 이론가들이 문화의 상부구조에 의탁하여 스스로의 ‘가능성’을 변호해왔다는 이글턴의 지적은 뼈아프지만 탁월했다. 굳이 포스트모더니즘과 함께 유행했던 텅 빈 해체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시작하는 일련의 수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도처에서 스스로의 무용함을 변호하느라 애를 쓰는 중이다. 물론 그들이 내세운 전제대로 자본의 일차원적 합리성이 인간성을 상실한 기계화로 치닫는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무용한 것들이 곧 자율성의 상징으로 예찬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
BK21 플러스 선정 사업 소개 우리 대학은 2013 BK21 플러스 사업에 5개 사업팀이 선정됐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어국문학과와 떠오르는 신동력 멀티미디어공학과의 사업계획이 흥미롭다. CT산업은 2000년대 이후 국가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였고, 다른 기술과의 융합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함께 더욱 다양해지고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콘텐츠 기술은 향후 21세기 세계 IT시장을 선도하고 부가가치 창출을 선도하여,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정착
BK21 플러스 선정 사업 소개 우리 대학은 2013 BK21 플러스 사업에 5개 사업팀이 선정됐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어국문학과와 떠오르는 신동력 멀티미디어공학과의 사업계획이 흥미롭다. 한국어문학은 한국어 공동체의 생활과 문화의 기층에 관여하고 있는 학문이자 한국 대학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는 학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어 공동체의 새로운 정치적, 문화적 요구에 응답하는 책임 있는 학문으로 한국어문학을 갱신시키는 일은 자주적이고 반성적이며 창조적인 학문을 위한 한국인의 모든 노력의 근간을 이룬다. 본 사업
방송 공익성은 추상적인 개념이고, 공익성을 구성하는 하위 개념들은 다양하게 설정되어왔다. 또한 방송 공익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본 연구는 기존의 방송 공익성 개념에 대한 규범적인 논의에서 벗어나서 제작 PD들이 갖고 있는 공익성 개념은 무엇인지, 또한 제작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려고 하였다. 프로그램은 방송 공익성이 실제로 구현되는 대상이며,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인식이 공익성의 실천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제작 PD들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2002년)은 “우리가 사람 되기는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는 대사로 유명하다. 하지만 인류는 20세기 근대의 역사적 제 국면에서 인간이 ‘괴물’로 전락하는 광경을 여러 차례 목도해왔다. 제국-식민지 체제 하에서 자행된 심적, 물적 가해와 폭력, 섬멸해야 할 ‘적’을 일원적으로 결정할 것을 요구한 근대 전쟁에서의 학살 등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될 괴물’이 되면서 수많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속출했고, 피해자는 물론이거니와 시대적 사회적 조건에 의해 ‘우발적’으로 가해자가 된 사람이 경험하게 되는
이론적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소멸할 수 없다. 0과 1의 무수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소프트웨어는 그 어떤 물리적인 풍화작용도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톱니바퀴가 마모되면 고장이 나는 시계나 발광 다이오드가 오래되면 수명이 다하는 디스플레이 장치와는 다르게,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사용에 따라 망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소프트웨어가 영원히 계속된다는 뜻이 아니다. 예를 들어 1995년에 출시된 MS사의 ‘윈도우즈95’ OS는 이제 사용되지 않는다. 당시의 ‘펜티엄’ 컴퓨터가 시대에 뒤떨어짐에 따라 빠른 속도로 도태되었기 때문이다. 1
“내가 보는 바로는 근래 한국 불교계에서 그야말로 틀에서 벗어난 이른바 출격의 여장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한마음선원을 창설하여 독자적인 ‘한마음’ 선사상을 널리 펴서 일세를 풍미하다가 일 년 전에 먼저 사바세계를 떠난 초대 한마음선원장 묘공(妙空) 대행(大行) 스님(1927~2012)이다.” 『한마음과 대행禪』은 21세기의 선지식 가운데 한 분인 대행선사의 독창적인 선사상을 조명하고 그의 일평생 행적, 즉 전법 교화와 보살행을 정리한 최초의 책이다.안양 한마음선원은 20세기 후반 한국불교에 신선한 자극과 충격으로 다가왔다. 기존
“아이로 존재한다는 것은 … 재미있게 체험하고 이러한 체험을 통해 세계, 자연, 기술, 예술 그리고 만물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그렇게 발전하며 자기의 힘을 점점 더 펼쳐나간다는 것을 말한다.”- 락헨만(H. Lachenman)의 『파악과 의미파악에 관하여 - 어린이를 위한 시도』 중에서 “진실로 소리 나는 것에, 순수한 소리 남에 즐거워하는 것은 죄 없는, 감동적인 즐거움이다! 어린애 같은 기쁨이다! 다른 사람들이 쉴 새 없는 일로 자신을 마취시키고, 수많은 밤새들 그리고 흉측한 벌레와 같은 생각에 휩싸여 결국에는 까무러치
새로운 동북아시대의 한·중·일 인식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축을 주제로 한 ‘한·중·일국제학술대회’가 지난 8월 22-23일 동국대학교 초허당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동국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원장 장하용 교수)이 동국정경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등과 공동으로 개최하였다. 금번 학술대회는 최근 동북아 각국 간의 역사문제, 영토문제, 사회·문화적 문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고, 동북아 각국의 국내지형 변화로 외교적 불확실성이 증대되어 지역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에
김성동의 《만다라》를 읽고 나서 필자는 지산(知山) 스님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만큼 작가가 지산 스님이라는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그렸다는 방증일 것이다.“혼자만 먹지 말고 나도 한 잔 주시우. 땡땡이 스니임.” 주막 여자가 담배연기를 지산의 얼굴에 살짝 내뿜으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지산이 여자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오냐. 한 잔 주지. 한 생각 돌리면 삼계가 다 내 것인데 까짓 술 한 잔이 문제냐. 관세음보살.” 《만다라》의 발표는 한국문단뿐만 아니라 불교계에도 큰 충격을 안겨줬다. 종단의 입장에서 보면 반승반인으로 살아가
1세기 전 일제의 조선 침략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루어졌다. 당시 일본 조동종은 국가를 빼앗고, 언어를 빼앗고, 개인의 이름까지도 빼앗아 버린 황민화 정책의 첨병(尖兵) 역할을 했다. 해외 포교라는 미명 아래 저지른 조동종의 반불교적 행태들을 숨김없이 고백하고 참회한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저자는 조동종의 이치노헤 쇼코(一戶彰晃) 스님. 스님은 이 책이 대한불교조계종 종립대학인 동국대학교출판부에서 나와 주길 희망했다. 그 결과 《조선 침략 참회기-일본 조동종은 조선에서 무었을 했나》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이치노
현실의 세계가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무상한 존재라는 관념은 인도철학의 제학파들의 사상에 있어서 기저에 위치한 중심 테마이다. 그러나 인도철학에서는 무상(無常, anitya)의 의미와 적용 범위에 관하여 다양한 해석이 역사적으로 제기되었다. 아비달마 교학이 체계를 갖추게 된 이후로 많은 불교 학파에서는, 매 순간 즉, 극히 짧은 찰나찰나마다 모든 사물 혹은 사실들이 생성되고 소멸하기를 반복한다는 찰나멸론(刹那滅論, Kṣaṇikavāda)이 제행무상(諸行無常)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데 있어서 중추적 역할을 하였다.본 논문은 인도의
현대 한국사회와 종교적 가치지난 2012년을 일관하는 핵심단어를 꼽아보라면, 단연 ‘힐링’이 아닐까? 이는 오늘날의 우리사회가 얼마나 많은 아픔의 공존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다. 현대는 과거에 비해서 보다 미시적이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때문에 현대사회는 더욱 예의적으로 변모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상처받기 쉬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이 같은 사회구조에는 콘크리트로 상징되는 도시화된 사람들이, 기성세대가 되면서 나타나는 존재의 답답함, 또 숨 가쁘게 달려온 우리나라의 성장한계와 이로 인한 불투명한 미래 역시 한 작용
학문의 ‘영어화’ 현상이 지배적이 된 최근 강단철학에서 공자철학이 동·서양을 넘나들며 정신사적 가치를 창출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한국의 인문학자들은 얼마나 될까? 도덕철학하면, 동양의 공자나 맹자를 떠올리기 보다는 서양의 존 롤즈(‘정의론’)나 마이클 샌델(‘정의란 무엇인가’)을 떠올리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이 의식적으로 서로에 대한 단절의 벽을 높여 오는 동안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공자철학의 가치가 제대로 발굴되거나 조명되기는 어려웠다. 이 논문은 이러한 인문학적 상황에서 동·서양의 구획에 개의치 않
최근 국제화가 진행되면서 외래어가 이전까지 없었던 속도로 빠르게 일본으로 유입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외래어를 가타카나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원래 CV구조(개음절구조)인 일본어로는 CVC구조(폐음절구조)인 영어를 자국어로 표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에 대하여 일본 외래어 연구의 대표적인 연구자 중의 한 명인 이시노 히로시교수는 “가타카나로 쓴 외래어는 외국어의 카피로서는 완벽하지 않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음절구조의 차이 이외에 자음과 모음의 수의 차이도 깊은 관련이 있다. 영어는 일본어보다 자음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