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재 참사가 터졌을 때, 언론은 나름의 원인 규명에 나선다. 그때 꼭 등장하는 단어가 ‘안전불감증’이다. 나는 이 말이 참 싫다. 취지는 알겠다. 현장에서 나타난 각종 부주의와 관리·감독상 문제들이 결국 다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때문이라 할 수는 있겠다. 근데 그래서 어쩌자고? 뜻이 통한다고 다 옳은 말은 아니다.안전불감증은 ‘위험지각이 낮은 상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따위를 말한다. 산재 문제를 ‘다 함께 노력해서 치유해야 할 사회적 병증’ 정도로 본다. 과연 이게 노력한다고 치유되는 병일까? ‘하인
우리대학 졸업생 한나경(국문문창15) 씨는 코로나19 이후 줄줄이 연기 혹은 취소된 취업 공채로 걱정이 많다. 올해 2월 졸업한 그는 지금까지 지원한 몇 군데 되지 않는 회사에서 고배를 마시고 나서 취업 지원 사업을 자주 찾아보며 취업 준비 기간을 버텨내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20대 청년 대부분의 현실이다. 청년취업 위기와 소비위축 코로나19로 인한 청년 취업난이 문제다. 이달 13일 통계청은 ‘4월 고용동향’을 통해 “임시직 취업자 수가 58만 7,000명 감소했고 일용직은 19만 5,000명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한국개
작년 여름에 시작했던 동대신문 기자로서의 활동이 벌써 한 학기를 뒤로하고 새 학기를 앞두고 있다. 기껏해야 6개월 활동했을 뿐인데 이 글을 적으며 감상에 젖는 내 모습이 겸연쩍어서 웃음이 난다.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명히 새롭고 유익한 경험을 학보사를 통해 얻었다. 처음으로 기사라는 걸 써 보았고, 다른 사람을 인터뷰해 보았으며, 내가 읽은 책을 불특정 다수가 보는 지면에 소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일은 두 발로 뛰어서 조현병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은 일이고, 학교 노동 구성원분들과 대화 나눈 일이다. 아마 학보사 기자가
학교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 학생과 교수, 교직원만 떠올린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미화, 경비, 주차 등의 분야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공로와 역할은 두드러지지 않지만 학교라는 공간이 유지되는 데 꼭 필요한 고마운 구성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에 본지는 우리대학 경비를 담당하는 황의철 경비 조장과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평소에 대화 나눌 일이 많지 않았던 학교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동국대학교라는 일터지난 토요일 오전, 신공학관에서 근무 중이던 황의철 경비 조장을 만났다. “경비아저
‘조현병’이란 용어는 옛 이름인 ‘정신분열증’에 내포된 부정적 어감을 순화하기 위해 2010년 이후 변경된 명칭이다. 하지만 이 용어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나쁜 인상을 가진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대학 이 모 씨(27)는 조현병에 대해 “솔직히 두려움의 대상”이며 “잠재적인 범죄 가능성을 내포하지 않을까”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이 2018년에 실시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 관련 설문에 따르면 비장애인 1000명 중 69.1%의 사람들이 ‘정신장애인은 위험하다’고 답했다.한국 미디어의 ‘조현병 마케팅'위와 같은
유명인의 죽음에 '미안하다'는 감정이 든 것은 처음이었다. 생각해보니 기존의 질서와 통념에 저항하는 설리(본명 최진리)의 행보를 내심 반가워하면서도, 적극적으로 그의 편에 선 적은 없었다. 그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옹호한 적이 없고, 그를 공격하는 악플에 맞서 싸우지도 않았다.단순히 개인 수준에서의 미안함은 아니었다. 흔히 악플을 설리 죽음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다. 그런데 설리를 향한 악플이 나오게 된 맥락에는 '언론'과 여성을 도구화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자리 잡고 있다. 기자이면서 동시에 지금껏
동국대에서 글쓰기를 강의한지 어느새 10년이 되었다. 글쓰기 강의는 주로 신입생들이 수강하다보니, 지난 10여 년간의 동국대 신입생들을 꾸준히 보아온 셈이다.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동국대생들의 모습도 꽤 변화했는데, 아마도 우리 사회 청년들의 삶이 그만큼 바뀌었기 때문이리라.처음 강의를 시작했던 2009년,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에는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들은 유년시절이 끝날 무렵 IMF경제위기를 겪었고, 상당수의 청년은 부모가 경제적인 문제로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자랐다. 부모에 대한
선배가 채용 연계형 인턴으로 일하던 모 기업에서 최종 불합격했다. 그 기업은 초창기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해 경험을 중시하는 이미지를 형성한 곳이었다. 선배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인턴에 합격했는데, 출근 첫날 학력과 학점들을 적어냈다고 했다. 그는 3개월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은 거의 인서울 학생이었다는 말을 덧붙였고, 나는 그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기업이 인서울이라는 잣대 하나로 떨어뜨리지는 않았을 터다. 그러나 선배가 잠시 몸담았던 그곳은 정량적인 스펙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홍보가 대단했으므로 그가 첫날 펜을
대학생 A씨는 학교생활과 대외활동,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은 잠잘 때뿐이다. 그마저도 과제, 시험공부 등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로 피로를 달랜다. 하지만 누적된 피로는 몸을 덮친다. 수면 부족은 신체를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로 만든다. 만성피로나 불면증의 원인이 돼 신체의 리듬을 깨뜨린다. 그렇다고 대학생이 수면 카페나 수면 개선 제품을 이용하기도 어렵다. 수면 카페의 경우 1시간을 이용하는데 만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고, 무엇보다 대학가에서 찾기
▲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2019), (출처 : yes24)고용노동부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957명이며, 이는 노동자 1만 명 중 1.05명에 달하는 비율이다. 상대적 수치로 보았을 때는 적어 보이지만, 1년에 2천 명 가까운 사람이 일하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 수치가 담아내지 못한 사고 피해자도 존재한다. 사내 괴롭힘으로 자살한 노동자는 산업재해로 쉽게 인정받지 못해 그 유족들이 회사 측과 기나긴 법정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